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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호흡

프로젝트 유형

Exhibition

날짜

2022.12

위치

공간불모지

공간불모지 기획전
작가들의 개척정신이 없이는 무엇도 아닌 것들이 뒤엉켜 그 무엇이었다가 그 무엇도 아니었다가 그렇게 작가들은 수많은 헛발질과 고뇌와 손질과 붓질들로 부유하여 각자의 수면 위로 올라온 작업 들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이번 불모지 의 개관전 수면 호흡 에서는 작가들 스스로가 본인들만의 세상을 부유하며 마주해 내놓은 수면 위의 작품들을 이 인천 한 구석의 새로 시작하는 지하 불모 공간을 디디고 반동 삼아 수면 위로 띄워보려 한다.

희박 HEEBAAK
작업의 모티브가 된 ‘오늘도 무사히’는 1970~80년대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기도하는 소녀’의 이미지 에서 시작한다. 조슈아 레이놀즈의 ‘어린 사무엘’(The infant Samuel, Joshua Reynolds, 1776) 이 원작으로 이 그림은 어느 날 한국으로 넘어와 익명의 누군가에 의해 모사되고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가 추가되면서 한국형 ‘기도하는 소녀’가 완성된다.

작가가 유년에 보고 자란 기도하는 소녀 의 이미지는 큰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것으로 섬에서 육지로 시집가는 동생의 안위를 빌어주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스킬자수 기법으로 언니가 손수 제작한 선물이었다. 작가는 이전 세대에 기도하는 소녀가 안위를 기원하는 아이콘이 되어 서로의 무사(無事) 를 기원하고 안부를 공유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 이번 전시에서 기도하는 소녀 는 소망의 구체적 형상으로 작업에 등장한다. 스킬자수 기법으로 소망의 마음을 모사하고 오늘의 반성과 후회를 한 땀 한 땀 새기는 수행적인 행위를 통해 다가오지 않은 희망의 세계를 직조한다. 당장 오늘의 안녕을 장담할 수 없는 불안의 시대에 오늘도 무사히 라는 소망의 계보를 따라간다.

쿠니 KUNY
쿠니는 화려하고 섬세한 도자 오브제를 만드는 작가이다.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화사한 색상과 장식적 인 표면은 남성 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억눌린 미적 감수성의 발현이다. 영롱한 빛과 색으로 소년 을 매혹시킨 장난감 요술봉은 소녀의 전유물로 여겨져 소년에겐 터부였던 만큼 먼 대상이었다. 여성적 이라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던 것들의 갈증은 흙을 만지면서 비로소 해소될 기회를 얻었다.

쿠니는 환상적인 꿈과 동화의 세계를 색과 패턴으로 가득한 도자 오브제로 구현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강요받은 남성성의 허상을 우아하게 비튼다. 마법의 손(magic hand)을 외부에 구하지 않고 직접 만드는 과정에 내면의 상처를 치유한 시간이 녹아 있다.

재니크 JAENIQUE
그림을그릴 때 자주 풀어 쓰던 푸른 코발트 블루를 보면 미세먼지 없이 높고 말간 가을하늘을 떠올 리곤 했다. 공기마저 시원하고 경쾌한 가을날의 푸른 배경 아래 제법 따숩게 내려앉는 볕에는 뭔지 뭐를 긍정이 기운이 감돌았다. 인천의 언저리 그 낡고 바랜 곳들의 풍경들은 때론 사람들로 하여금 흉물 스럽다는 이유로 흐린 눈으로 가리워 지지만, 어느 가을 날의 파란 하늘과 볕 아래 그 사일 걷다 보니 느낄 수 있던 건 언저리만이 낼 수 있는 낡고 바랬지만 투박한 미학이었다. 늘 낡고 오래된 것들은 어딘가 짠했지만, 인천 언저리 곳곳에서 마주했던 풍경들은 어딘가 시원하고 늠름했다.

재니크는 인천의 오래된 언저리 풍경들에서 세월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다양한 조형적인 얽힘과 오래된 것들만이 바래면서 내는 색감과 모양들을 캐치하고 이와 대비하여 파란 코발트 하늘과 함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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